|[인터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백지원 교수|난치성 희귀질환인 crps, 한번 발병되면 높은 강도의 통증 느껴|통증 이외에 이상감각, 부종, 관절 강직 등 다양한 증상 동반뼈를 깎는 듯한 근육통이 불시에 찾아온다. 심각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바람에 닿기만 해도 살이 베인 듯한 고통이 밀려든다. 바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백지원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통증전문가들의 미해결된 숙제'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발병 원인이나 치료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의미. 그럼에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는 매년 1,000여 명 이상 늘고 있다. 백지원 교수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해 물었다.
이유 없이 지속되는 만성통증의 정체 ‘crps’…예리하고 깊은 고통이 특징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하 crps)은 정상적인 몸에서 보이는 통증의 발생과 해소되는 과정과는 다르게 설명하기 힘든 극심한 강도의 통증이 사지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보통 의학에서 진단명에 '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아직 그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가 많다. crps 역시 인구 1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데다 명확한 발병 원인이 없어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이 붙었다."희귀질환인 crps는 한번 발병되면 상당히 고통스럽고 치료도 어려워요. 그래서 통증전문가들의 미해결된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 바깥에서 들어오는 모든 신호(빛, 소리, 촉감 등)는 몸 안에서 전기적 및 화학적 신호로 변환되어 뇌로 전달이 되고, 뇌에서 그 신호를 인지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 몸의 오감이 자극이 들어오는 족족 뇌에서 전부 다 인식하면 어떻게 될까요 넘쳐나는 자극 정보를 처리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뇌에서는 '하행성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자극을 하행성 신호로 차단하여 꼭 필요한 정보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이죠. 그런데 crps 환자들은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몸 안의 통증 신호 체계가 얽혀 다양한 통증이 나타나는 거죠."백지원 교수는 "이론상 crps 환자들은 하행성 신호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통증전문가들은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crps 환자들은 1로 느껴야 하는 강도의 신호를 10으로 느낀다거나, 아예 인지조차 되지 말아야 할 신호들이 뇌까지 전달되어 자율신경계나 운동신경계 등 몸 안의 통증 신호 체계에 전달되어 신호가 얽히게 된다. 이에 상상도 하지 못할 통증을 겪는다.
통증 외에 감각, 운동성, 자율신경계, 피부색 변화 등도 동반물론 crps라고 하면 '통증'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통증 이외에 다양한 증상과 징후가 존재한다. 백 교수는 크게 5가지 증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각 △운동성(관절 가동성) △자율신경계 △피부의 변화이다. crps는 발병 원인(간혹 원인 없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음)이 되는 자극이 발생한 후 한 달 정도 후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초반에는 통증과 부종, 발적, 열감 등으로 시작한다. 이는 crps 환자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증상이기도 한데, 사지 한곳에서 시작한 증상이 거울상으로 반대쪽 사지로 번져간다거나 혹은 같은 쪽 상하지로 번지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crps로 인한 통증은 다양하게 묘사됩니다. 화끈거린다, 쏘는 것 같다, 사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느낌이다, 전깃줄로 누가 조이는 것 같다, 짜릿짜릿하다 등 나열하자면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거의 24시간 내내 지속되고 간혹 갑자기 심하게 통증이 올라오기도 합니다"라며 crps의 다양한 통증 강도를 설명했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감각 이상이 있다. 감각 이상의 대표적인 경우는 옷깃이 닿는 아주 약한 자극도 통증처럼 고통스럽게 느끼는 경우이다. 아주 얇은 바늘로 살짝 찔러도 엄청난 고통이 찾아온다.
"crps는 통증 외에도 운동 이상이나 자율신경계 변화, 피부 변화도 나타납니다. 운동 이상은 질환이 생긴 쪽 사지에 힘이 빠진다거나, 부종으로 인하여 운동 범위가 제한되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떨림이나 근육의 수축 등이 발생합니다. 또한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의 시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변화는 땀이나 온도 변화로 나타납니다. 질환이 생긴 쪽 사지에서 다른 쪽에 비해 과하게 땀이 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건조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이 나서 화끈거리기도 하고 반대로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도 합니다. 털이 많이 자라거나 반대로 빠지기도 하고, 손톱의 변형이 오거나 피부결의 변화가 나타나는 등 피부의 변화도 나타납니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없어…주로 여성에서 호발 crps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술, 골절, 염좌, 압궤손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발생 기전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직 손상 후 과도한 염증, 구심성 통증 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비정상적 변화, 교감신경성 장애, 유전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발생 연령은 36~42세이며, 주로 여성에서 호발(60~81%)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어린아이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보다 어른의 유병률이 약 5배 정도 더 높다. 어린이는 10만 명당 1명꼴, 어른은 10만 명당 5명꼴로 발병한다. 어른이 더 잘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병하는 경우가 성인보다 많고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등에 반응이 좋아 예후가 어른보다 낫다. 통증이 유발할 만한 사건 이후 신경손상 여부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1형은 신경손상이 없는 경우이다. 약 90%의 환자가 1형에 속한다.crps는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만큼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도 한다. 백지원 교수는 "사지에 붓기나 통증, 열감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라면, crps와 혼동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피부나 근육 연조직 등에 감염이 생겨도 빨갛게 부어오르고 화끈거리고, 통증에 예민해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crps가 아님에도 이러한 증상만으로도 충분히 crps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말초 혈관에 이상이 있어도 crps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말초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걸을 때 쥐가 나는 듯한 조이는 증상과 통증이 발생한다. 이 외에도 말초신경염이나 심부혈전증도 crps와 혼동할 수 있는 질환이다.crps는 만성통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함께 이환 초기의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문제는 crps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보니 진단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백지원 교수는 “외상이 치유된 후에도 원인 모를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라고 밝히며 “무엇보다 기본은 환자가 crps라는 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